
오늘은 제가 읽고나서 촛불집회만큼 충격을 받은 시한편을 소개해드리지요.
최근 책으로 출간된 D. H. 로렌스의 제대로 된 혁명이라는 시집입니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밷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뭐 영문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어릴때처럼시집을 즐겨읽는 편이 아니라 이 작가가 누군지 잘 몰랐는데 작가소개란에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책이름이 있더군요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부모님 몰래 읽어야했던 이 책을 쓴사람이더군요.
촛불집회를 보면서 기획사에서는 책을 알리는데 더 없는 시로 여겨졌을 법 합니다.
몇 편의 시를 읽어보니 대단한 생태주의자인듯합니다. 그리고 아나키스트라고 이름붙여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겐 읽고만 있어도 답답한 이 시기에 힘을 불어넣어줍니다.
아마 무뎌져가기 시작하는 시민운동 4년차에게 새로운 자극이자 발상의 전환을 시켜주기때문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많은 운동이란게 다 이 시에서 하지말자는거였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이 시와 동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찰에게 두들겨맞고 물대포에 떨다가 동터오는 아침에 엄청쏟아지는 빗줄기
이쯤되면시위를 끝내는 상황이겠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물장구치고 기차놀이를 하며
우리가 밤새 겪은 아픔과 공포와 패배감을 떨쳐버리는 축제로 마무리 짓는
그 '낙관'이라는 거대한 힘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그 낙관의 힘이 너무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명박산성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고 "빡시게"라고 외치며 그 살벌한 경찰들의 구호를 조롱할 수 있고
그 누구의 지휘와 명령이 필요없기에 책상위에 있어야할 마우스를 광화문 한복판에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낙관의 힘이 쪼들리는 지갑을 열어 신문에 광고를 싣고 시위대에 필요한 먹을 거리를 사고 그것을 나르고...
시위대는 그것을 어린 전경들과 나누고....
지난 5월과 6월 그 촛불들은 낙관이라는 힘으로 다음날의 노동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길거리에서 밤을 세우고 시원한 맥주한잔으로 달아오른 혈기를 다스리고
아무래도 우린 제대로 된 혁명을 하던 중이라 그리도 행복했었던 것 같다.
촛불의 숫자가 줄어드니 또 그 잡것들이 날뛴다
바보다
정말 바보다
미친 저랑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데 그 말귀를 못알아들으니....



